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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방콕콕
야마구치 ‘후구 코스요리’ – 독이 있는 생선을 즐기는 법 본문
독과 맛 사이, 가장 아슬한 미식
일본에서 ‘후구(복어)’는 단순한 고급 생선을 넘어 하나의 상징이다. 독을 가진 물고기라는 점에서 긴장감을 자아내면서도, 그 안에서 극도의 섬세한 맛을 찾아내려는 미식가들의 탐험 정신을 자극한다. 그중에서도 야마구치현은 후구 요리의 본고장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시모노세키는 ‘후구의 수도’라 불릴 정도로 전국에서 손꼽히는 후구 소비지이며, 대부분의 상업용 후구가 이곳에서 유통된다.
야마구치의 후구 요리는 단순한 회 한 접시로 끝나지 않는다. 한 마리의 후구를 활용해 회, 전골, 튀김, 죽 등 다양한 방식으로 맛을 끌어내는 ‘후구 코스요리’가 지역의 자부심으로 전해져 내려온다. 맑고 투명한 살점, 탄력이 살아 있는 식감, 그리고 미세한 단맛이 후각과 미각을 동시에 자극하며, "위험을 감수할 만큼 가치 있는 맛"이라는 말이 과장이 아님을 증명한다.
후구, 어떻게 먹어야 진짜 맛있는가
1코스 | 테사(刺身, 회) | 얇게 썬 후구회, 꽃처럼 배열 | 씹을수록 감칠맛이 퍼짐 |
2코스 | 테치리(鍋, 전골) | 후구 뼈와 살을 넣은 간장 베이스 전골 | 국물 맛이 일품, 야채와 어울림 |
3코스 | 후구 튀김 | 고운 전분으로 튀겨낸 바삭한 살점 | 겉바속촉 식감의 대표 주자 |
4코스 | 즈이모노(죽) | 전골 후 남은 국물로 만든 밥죽 | 맛의 정점을 마무리하는 포인트 |
추가 | 히레자케 | 후구 지느러미를 구워 넣은 데운 사케 | 깊은 풍미와 향의 여운 제공 |
후구 코스요리의 정수는 얇게 썬 ‘테사’에서 시작된다. 보통 흰 접시에 투명한 후구 살점이 꽃잎처럼 겹겹이 펼쳐지는데, 얇기 때문에 초보자는 젓가락으로 집기도 쉽지 않다. 씹는 순간 느껴지는 탄력과 미묘한 단맛은 단순한 회와는 전혀 다른 미식 경험을 선사한다.
이어지는 ‘테치리’는 전골 요리로, 후구 뼈에서 우러난 육수가 깊은 감칠맛을 만들어낸다. 무, 배추, 표고버섯과 함께 끓여낸 이 전골은 기름기가 적은 후구살의 담백함과 절묘한 밸런스를 보여준다. 이 국물은 마지막 즈이모노(죽)에서 그 진가를 드러낸다. 쌀, 달걀, 실파를 넣어 만든 죽은 단순한 마무리가 아니라, 코스 전체의 풍미를 응축한 ‘완성’이라 할 수 있다.
히레자케는 식사 중간 또는 후반부에 곁들이면 좋다. 후구의 지느러미를 숯불에 살짝 구운 뒤 따뜻한 사케에 넣으면, 은은한 생선 향과 함께 고소하고 깊은 맛이 더해진다.
어디서, 어떻게 즐길까?
가라토 시장 후쿠쇼 | 시모노세키 | 도매상과 식당 겸업, 합리적 가격 | 6,000~10,000엔 |
시로야마테이 | 야마구치 시내 료칸 | 숙박 포함 고급 코스 | 20,000엔 이상 |
이치리키 본점 | 우베시 | 전통 요정 분위기, 풀코스 제공 | 12,000~18,000엔 |
후구 요리를 가장 맛있게 즐기고 싶다면, 시모노세키의 ‘가라토 시장’이 첫 번째 선택지다. 이곳은 후구 경매가 열리는 대표 시장으로, 다양한 후구 요리를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 있다. 특히 회와 전골만 간단히 구성한 미니 코스는 초심자에게 적합하다.
좀 더 격식 있는 식사를 원한다면, 야마구치 시내의 전통 료칸 ‘시로야마테이’를 추천한다. 이곳은 숙박과 함께 정통 후구 풀코스를 제공하며, 온천욕 후 고요한 다다미방에서 즐기는 후구 만찬은 다른 어떤 체험보다 깊은 만족을 준다. 우베시의 ‘이치리키 본점’은 조용한 일본식 정원 안에서 후구를 즐길 수 있어, 특별한 날을 위한 식사로 제격이다.
다음은, 후구보다 더 드물다는 '쿠라요시의 돼지간 된장구이'로?
야마구치의 후구 코스요리는 단순한 고급 요리가 아니다. 그것은 사람의 손으로 독을 다루고, 자연의 위험을 품은 생선을 섬세하게 조리하는 ‘기술과 감각의 결정체’다. 이런 음식을 아무 거리낌 없이 즐길 수 있는 것은, 이 지역이 수백 년간 쌓아온 경험과 신뢰 덕분이다.
다음 여행지는, 이처럼 ‘희귀한 미식’의 흐름을 따라 조금 더 무심하고 투박한 일본식 향토 요리로 넘어가 보는 건 어떨까. 돼지간에 된장을 발라 숯불에 구운, 한적한 지방 소도시의 소박하지만 강렬한 향. 그곳에선 또 다른 형태의 ‘진짜 일본’을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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