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방콕콕

구수하고 뜨끈한 국물, 일본식 칼국수의 원형후지산 북쪽, 도쿄에서 차로 두 시간 거리의 야마나시현은 포도와 복숭아로 유명한 과일의 고장이지만,겨울철 여행객들이 놓치지 말아야 할 음식은 따로 있다.바로 이 지역 전통 음식인 호토(ほうとう)다.호토는 넓고 굵은 밀가락을 된장 베이스의 진한 국물에 넣고각종 채소와 함께 푹 끓여낸 일본식 농가 전골요리다.외형상으로는 칼국수나 수제비와 닮았지만,조리 방식과 재료 구성, 그리고 국물 맛이 매우 다르다.면은 미리 삶지 않고 생면 그대로 국물에 넣어 끓이며,그 과정에서 풀려 나오는 전분이 국물에 녹아 걸쭉한 농도를 만들어낸다.주된 채소로는 단호박, 무, 당근, 버섯, 배추 등이 들어가며,특히 단호박의 단맛이 구수한 된장국과 어우러져 진한 감칠맛을 낸다.전쟁, 농사, 겨..

눈으로 본다? 아니, 입으로 즐긴다처음 금박 아이스크림을 본 사람들의 반응은 대개 비슷하다. “진짜 먹어도 되는 거야?”일본 혼슈 중부에 위치한 가나자와(金沢)는 ‘금의 도시’로 불린다. 전체 일본 금박 생산량의 99%를 차지하는 이곳에서, 어느 날 금은 단순한 장식품에서 ‘먹는 재료’로 진화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바로 가나자와의 명물, 금박 아이스크림이다.작은 소프트아이스크림 위를 그대로 덮은 얇은 금박. 단순한 화려함을 넘어서, 이 도시는 그 속에 전통과 기술, 상징을 함께 담아냈다. 이 아이스크림은 단지 달콤한 디저트가 아니라, 가나자와 문화의 정수에 가까운 경험이다.금은 왜, 어떻게 먹게 되었을까?‘먹는 금’은 가나자와가 처음 시도한 것은 아니다. 고대 중국과 인도에서도 금은 ‘신성한 금속’으..

쓴맛에 익숙한 사람들, 그 특별한 이유일본 남단에 위치한 오키나와. 이곳의 식문화는 본토 일본과는 다소 결이 다르다. 대표적인 예가 ‘고야참푸루(ゴーヤーチャンプルー)’다. 고야는 쓴 오이 또는 여주라 불리는 채소로,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는 강한 쓴맛이 도전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오키나와 사람들에게 고야는 여름철 식탁에서 빠질 수 없는 건강한 필수 식재료다.고야참푸루는 고야, 두부, 돼지고기 또는 스팸, 계란 등을 섞어 볶은 요리다. 여기서 ‘참푸루’는 오키나와어로 ‘섞다’라는 의미를 가진 말로, 다양한 재료를 한 팬에서 볶아낸 퓨전 스타일의 조리법을 가리킨다. 고야참푸루는 단순한 가정식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오키나와 사람들이 살아온 자연환경과 식재료에 대한 태도, 그리고 쓴맛을 받아들이는 ..

더 이상 ‘편의점’이라고 부를 수 없는 디저트의 세계도쿄의 거리에서 편의점은 단순한 생활 필수시설이 아니다. 24시간 문을 여는 작은 가게 속에는, 상상을 뛰어넘는 ‘하이퀄리티’ 디저트들이 줄지어 진열돼 있다. 편의점 스위츠는 그간의 '저렴한 간식' 이미지를 벗고, 이제는 마치 파티시에가 만든듯한 비주얼과 맛을 자랑하는 새로운 미식 트렌드로 자리잡았다.특히 로손(LAWSON), 세븐일레븐(7-Eleven), 패밀리마트(FamilyMart) 같은 주요 체인점들은 매달 혹은 계절마다 신제품을 선보이며, 그 안에서만 맛볼 수 있는 한정판 디저트를 통해 ‘작은 맛의 경쟁’을 벌이고 있다.단순한 먹거리를 넘어서 ‘수집’의 욕구, ‘리뷰’의 즐거움까지 자극하는 이 디저트들은 일본 로컬 문화의 일상성과 실험성을 동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