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모노세키 아카마 신궁 – 단노우라 전투와 헤이안 귀족의 마지막 숨결
물결 아래 가라앉은 천황, 그리고 역사의 마지막 페이지
시모노세키, 혼슈와 규슈 사이 바닷길을 가르는 간몬 해협.
이곳에 서면 바다가 단순한 자연이 아니라 하나의 무대였다는 사실이 느껴진다.
1185년, 일본의 역사상 가장 극적인 해전으로 알려진 '단노우라 전투'가 바로 이곳에서 벌어졌다.
그 비극의 중심엔 어린 천황 안토쿠와 몰락해 가던 헤이케(平家) 일족이 있었다.
패색이 짙어지자, 당시 6세였던 안토쿠 천황은 조모와 함께 바다로 몸을 던졌다.
정치적 권력 다툼 속에서, 한 시대의 마지막 황족이 어린 나이에 생을 마감한 것이다.
이 비극의 여운을 간직하고 있는 장소가 바로 시모노세키에 위치한 '아카마 신궁(赤間神宮)'이다.
헤이안 귀족의 혼이 머무는 신궁
아카마 신궁은 안토쿠 천황을 모시는 ‘수중신사(水中神社)’로,
붉은 주홍색의 로몬(정문)이 해협을 등지고 위풍당당하게 서 있다.
그 구조 자체가 헤이안 시대의 귀족 저택을 연상시키며, 흡사 '신이 사는 궁전'처럼 느껴진다.
이 신궁은 단순히 신을 모시는 곳이 아니라, 역사 속 한 아이의 죽음을 위로하고 기리는 기억의 장소다.
경내를 걷다 보면, 단노우라에서 수장된 헤이케 무사들을 위한 무덤과 위령비들이 정갈하게 세워져 있다.
특히 ‘이치몬지의 탑’은 헤이케 일족을 한 명씩 상징하는 7기의 돌탑으로, 조용히 서 있는 그 모습에서
참혹했던 전투의 흔적과 죽음 이후의 평온이 동시에 느껴진다.
신궁의 가장 인상적인 장소는 단연 ‘수중궁전’을 상징하는 본전(本殿)이다.
천장을 올려다보면 용과 봉황이 그려진 장식이 시선을 끌고, 안쪽 제단에는 안토쿠 천황의 위패가 고요히 모셔져 있다.
이곳은 관광지 이전에 ‘위로와 기도’의 공간이다.
바다와 함께 기억하는 방식
위치 | 야마구치현 시모노세키시 아마이게쵸 |
관람 시간 | 오전 6:00 ~ 오후 8:00 |
입장료 | 무료 (일부 전시관은 유료) |
주변 추천 | 단노우라 해협 산책로, 간몬 해저터널, 카이쿄 드림 타워 |
아카마 신궁은 단독 방문보다 ‘단노우라 해협 산책’과 함께 여유 있게 둘러보는 것을 추천한다.
신궁 뒷편으로 이어지는 산책로에서는 바다 건너 규슈 모지항의 모습까지 한눈에 들어오고,
시간에 따라 색이 달라지는 해협의 풍경은 그 자체로 감상 포인트가 된다.
또한 신궁 인근의 ‘헤이케 일족의 묘역’에서는 당시 무사들의 무덤이 마치 바다를 향해 고개 숙이고 있는 듯한 형상으로 세워져 있어,
사라진 권력의 마지막 숨결을 조용히 되새기게 한다.
다음은, 같은 바닷길 너머 ‘모지코 레트로’에서 근대 일본을 만나는 시간?
아카마 신궁은 단순히 유서 깊은 신사가 아니다.
그곳은 일본 중세 귀족 사회의 끝자락, 그리고 어린 황제의 짧았던 생애를 정갈히 품은 장소다.
수백 년이 지난 지금도, 이 신궁에는 '그날의 바다'가 여전히 출렁이고 있다.
한 시대의 끝이자 또 다른 시대의 시작이 교차한 장소, 단노우라.
그 반대편 바다 건너, 모지코(門司港)에서는 이와 또 다른 시간의 흔적,
메이지·다이쇼 시대의 근대 일본이 기다리고 있다.
다음은, 유럽풍 항구의 낭만 속으로 들어가 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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