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여행

'코디 와이오밍' – ‘서부극’의 살아 있는 박물관, 버펄로 빌의 도시

노마드 트라벨러 2025. 5. 13.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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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성과 말발굽 소리가 들리는 거리

미국 와이오밍주의 작은 도시 코디(Cody)는 마치 오래된 서부극 속 세트장을 현실로 옮겨 놓은 듯한 분위기를 간직하고 있다. 이 도시는 단순히 ‘서부 스타일’의 테마마을이 아니라, 진짜 서부 개척시대의 정서와 역사를 품고 있는 생생한 공간이다. 1896년 전설적인 카우보이이자 쇼맨이었던 ‘버펄로 빌 코디(Buffalo Bill Cody)’가 직접 설계하고 이름을 붙인 이곳은, 그의 삶과 미국 서부의 정신을 고스란히 간직한 도시다.

코디의 중심가는 목재 외벽을 그대로 남긴 상점들, 스윙도어가 달린 살룬, 그리고 거리 곳곳에 서 있는 카우보이 복장의 시민들로 가득하다. 여름철이면 마을 광장에서 실탄 대신 무대용 총을 사용하는 서부극 쇼가 펼쳐지며, 박물관과 갤러리는 당시의 역사를 고증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 도시는 과거를 ‘기념’하는 것이 아니라, 여전히 ‘살고’ 있는 공간이다.


버펄로 빌의 발자취를 따라가다

 

버펄로 빌 센터 오브 더 웨스트 5개의 박물관이 하나로 구성된 복합 문화시설 무기, 예술, 원주민, 야생동물 등 서부 전통 종합 전시 반나절 이상
올드 트레일 타운 1800년대 서부마을을 복원한 실외 박물관 실존했던 서부 건물과 무덤 이장 1~2시간
코디 나이트 로데오 세계 유일의 매일 열리는 로데오 6~9월 매일 저녁 공연 약 2시간
아이언 호스 살룬 실내에서 즐기는 전통식 서부풍 저녁 공연 및 춤추는 무대 포함 자유시간
 

코디 여행의 중심은 단연 ‘버펄로 빌 센터 오브 더 웨스트’다. 이 거대한 복합 박물관은 하나의 건물에 다섯 개의 독립적인 전시관이 들어서 있다. 무기와 총기 문화, 야생 서부 미술, 북미 원주민 전통, 지역 자연사, 그리고 버펄로 빌의 삶을 조명하는 특별관까지 모두 연결돼 있어, 단순한 박물관을 넘어 ‘서부 문명의 종합 정리판’이라 할 수 있다.

외곽에 위치한 ‘올드 트레일 타운’은 서부 개척시대 실제 건물들을 이전·복원해 만든 야외 전시공간이다. 유명 총잡이들의 무덤, 낡은 교회와 보안관 사무소, 옛날 감옥까지, 마치 19세기 중반으로 시간여행을 한 듯한 경험을 준다. 특히 이곳은 웨스턴 영화 촬영지로도 사용되어 익숙한 풍경들이 많다.

코디의 여름은 '로데오의 계절'이다. ‘코디 나이트 로데오’는 세계 유일의 매일 개최 로데오로, 여행객과 지역민이 어우러져 저녁마다 마굿간과 경기장으로 향한다. 말 위에서의 기예, 황소 타기, 송아지 묶기 같은 전통 종목이 진행되며, 관객의 호응도 그대로 경기의 일부가 된다.


서부는 낭만일까, 현실일까

코디는 전통과 관광, 생활과 퍼포먼스가 얽힌 도시다. ‘아이언 호스 살룬’ 같은 현지 식당에서는 실제로 카우보이 복장의 직원이 서빙을 하고, 저녁 무대에선 컨트리 음악과 함께 관람객이 함께 춤을 춘다. 어떤 이에게는 전시이고, 어떤 이에게는 일상인 이 경계가 코디의 정체성이다.

무엇보다 이 도시가 특별한 이유는 단순히 서부 시대의 흔적을 보존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문화가 지금도 현재형으로 살아 숨 쉬고 있기 때문이다. 이곳의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말 타기를 배우고, 어른들은 일상 속에서 여전히 목장과 카우보이 생활을 이어간다. 복장, 말투, 예절까지도 그 시대의 향수를 그대로 품고 있다.


다음은, 코디에서 1시간 거리 ‘옐로스톤 동쪽 관문’으로?

코디는 단지 옛 영화의 한 장면을 흉내 낸 곳이 아니다. 그것은 미국 서부의 영혼이 고요히 잠든 장소이자, 여전히 숨 쉬고 있는 ‘살아 있는 박물관’이다. 과거가 무대 장치가 아니라 삶이 되고, 전시가 아니라 전통이 되는 도시. 코디에서는 1800년대의 시간이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다음 여행지는, 이 강렬한 인상을 안고 좀 더 야생 속으로 향해보자. 코디에서 차로 약 1시간 거리, 미국 최초의 국립공원 ‘옐로스톤’의 동쪽 관문이 기다리고 있다. 말발굽 소리를 뒤로 하고, 이제는 버펄로 떼와 간헐천, 그리고 대자연의 숨결로 채워질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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