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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시마 ‘흑돼지 샤브샤브’ – 일본식 흑돼지가 맛있는 진짜 이유

노마드 트라벨러 2025. 5. 10.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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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이라는 색이 가진 풍미의 비밀

일본 최남단 규슈의 가고시마현은 온천과 화산으로 잘 알려진 지역이지만, 미식가들 사이에선 이곳을 ‘흑돼지의 고향’으로 부르기도 한다. 특히 가고시마 흑돼지를 이용한 샤부샤부는 지역 특산 요리 중에서도 가장 상징적이다. 고기가 얇게 썰려 육수 속에서 한두 번 데쳐지는 순간, 특유의 단맛과 고소함이 퍼지며 여느 돼지고기와는 전혀 다른 식감을 만들어낸다.

가고시마 흑돼지는 단순히 ‘색이 검다’는 이유로 특별한 것이 아니다. 에도 시대부터 유입된 외래 품종과 일본 재래돼지의 교배를 통해 수 세기 동안 개량되어온 품종으로, 정식 명칭은 ‘가고시마 쿠로부타’다. 이 돼지는 지방 분포가 균일하고, 근육 섬유가 얇아 씹을수록 고소한 풍미가 올라오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샤부샤부처럼 빠르게 익혀 먹는 조리법에선 이 장점이 극대화된다.


고기의 품종부터 육수까지, 샤부샤부의 완성

가고시마 흑돼지 근육이 촘촘하고 지방이 단맛을 품음 육질의 탱글함과 씹는 즐거움
다시마 육수 감칠맛은 살리고 재료 본연의 맛을 강조 샤부샤부용 최적 조합
야채 구성 고구마순, 배추, 미즈나 등 가고시마산 채소 지방의 풍미를 깔끔하게 정리
특제 소스 유자폰즈 또는 흑된장 기반 고기 풍미를 방해하지 않는 산뜻함
 

가고시마 흑돼지 샤부샤부는 ‘고기를 즐기기 위한 설계’가 매우 정교하다. 먼저 고기는 일반 삼겹살보다 얇게 썰되, 결이 살아 있도록 손질된다. 잘 익힌 흑돼지는 표면은 부드럽고 속은 탄력이 있어, 입안에서 씹을 때마다 ‘탱글함’이라는 표현이 떠오를 정도다.

육수는 복잡한 재료를 쓰지 않는다. 기본은 다시마 물. 고기와 채소에서 나오는 감칠맛을 방해하지 않기 위함이다. 채소는 주로 지역에서 생산되는 신선한 품종이 중심이며, 특히 가고시마산 고구마순은 흑돼지의 기름진 맛을 잘 잡아주는 재료로 자주 사용된다. 소스는 유자 폰즈나 흑된장 소스가 대부분인데, 산미와 깊은 향으로 고기의 풍미를 완성시켜준다.


현지에서 맛보는 흑돼지 샤부샤부의 진수

아지노야 (味のや) 가고시마 중앙역 인근 흑돼지 코스 전문, 숙성 고기 사용 3,000~4,000엔
사쓰마 히노쿠마 텐몬칸 거리 전통 가고시마 가정식과 샤부샤부 2,500~3,500엔
쿠로부타테이 가고시마 시내 중심 관광객 친화적, 점심 특선 인기 2,000엔대 런치 가능
 

가고시마 현지에선 흑돼지 샤부샤부를 단품 요리보다는 ‘코스 요리’ 형태로 제공하는 식당이 많다. 애피타이저부터 시작해, 샤부샤부, 마지막은 흑돼지 육수로 끓인 우동이나 죽으로 마무리하는 식이다.

특히 ‘아지노야’는 흑돼지 숙성 기술로 잘 알려진 곳으로, 숙성된 고기를 샤부샤부에 사용하는 차별화된 메뉴를 선보인다. ‘사쓰마 히노쿠마’는 전통적인 분위기에서 지역 반찬과 함께 흑돼지를 즐길 수 있는 식당으로, 보다 정감 있는 식사를 원하는 이들에게 제격이다. 한편 ‘쿠로부타테이’는 점심 특선 메뉴가 잘 구성되어 있어 여행 중 짧은 시간 내에 합리적으로 즐기기에 좋다.


다음 여정은, 불이 아닌 ‘연기’로 맛을 낸 고장의 이야기

가고시마 흑돼지 샤부샤부는 단순히 ‘부드럽고 맛있는 돼지고기’ 이상의 가치를 품고 있다. 흑돼지의 품종, 조리법, 식재료의 조화, 그리고 식문화로 이어진 전통이 만나 만들어낸 완성도 높은 요리다. 한 점의 고기에서도 지방의 단맛, 근육의 식감, 그리고 가고시마의 풍토가 동시에 느껴진다는 점에서, 여행자의 미각을 만족시킬 뿐 아니라 감성적으로도 깊은 인상을 남긴다.

다음 여정은 이 고장의 또 다른 명물, ‘가고시마 카레이야키’나 ‘가츠오부시 훈제 공장’을 찾아가 보는 건 어떨까. 불로 익히는 고기의 맛을 넘어, 연기로 숙성되고 바람으로 말려 완성되는 일본 전통 식재료의 세계는 또 다른 맛의 경지를 보여줄 것이다. 조용한 불, 그리고 깊은 시간 속으로. 가고시마의 미식 여행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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