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 ‘야츠하시 디저트’ – 전통과 현대를 넘나드는 쌀과자의 매력
천년 수도 교토가 만든 쌀과자의 진화
교토를 여행하다 보면 어느 가게에 들어가든 ‘야츠하시(八つ橋)’라는 이름을 쉽게 마주하게 된다. 전통 일본 과자 중에서도 그 인지도는 독보적이며, ‘교토 기념품’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를 만큼 상징적인 존재다. 그런데 이 야츠하시가 단순한 과자에서, 현대적 디저트로, 다시 교토의 문화 코드로 변화하고 있다는 점은 많은 이들에게 흥미로운 포인트가 된다.
야츠하시는 기본적으로 쌀가루, 설탕, 계피를 반죽해 얇게 구운 ‘구운 야츠하시’, 혹은 반죽을 쪄서 부드럽게 만든 ‘생 야츠하시’로 나뉜다. 전통적인 모양은 세모형이고, 안에 팥앙금이 들어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과일, 초콜릿, 말차, 고구마 등 다양한 맛과 모양으로 진화하면서 일본 전통 디저트의 경계를 허물고 있다.
야츠하시의 두 얼굴 – 구움과 생의 차이
구운 야츠하시 | 딱딱하고 바삭한 형태 | 센베이처럼 바삭 | 계피, 검정깨 |
생 야츠하시 | 찰기 있는 쌀 반죽 | 쫀득쫀득하고 부드러움 | 팥, 말차, 유자, 초콜릿 등 다양 |
구운 야츠하시는 17세기 무렵 교토의 한 사찰에서 음악가 야츠하시 겐요를 기리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설이 전해진다. 반죽을 얇게 펴 바삭하게 구운 이 과자는, 계피향이 강하게 퍼지며 차와 함께 먹기 좋은 전통 간식으로 사랑받았다. 특히 마이즈루나 기온 등 교토의 오래된 상점에서는 이 구운 형태를 여전히 정통이라 부르며 판매하고 있다.
반면 생 야츠하시는 상대적으로 현대에 가까운 해석이다. 찹쌀가루를 찌고 설탕과 맛을 더한 반죽은 쫀득쫀득한 질감을 만들어낸다. 여기에 팥앙금을 넣고 세모로 접으면 교토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생 야츠하시가 완성된다. 말차, 유자, 벚꽃, 고구마 등 계절별로 바뀌는 한정판 맛은 물론, 최근에는 치즈크림, 초콜릿, 캐러멜을 넣은 서양식 퓨전 디저트까지 등장해 젊은 층의 취향도 사로잡고 있다.
어디서 먹고, 무엇을 골라야 할까?
니시오 야츠하시 | 기온 / 교토역 내 매장 | 생 야츠하시의 대표 브랜드 | 말차 + 팥 세트, 딸기 시즌 한정 |
시마즈 야츠하시 | 아라시야마 | 전통 방식 고수, 구운 과자 중심 | 계피향 구운 야츠하시 |
오토야 본점 | 히가시야마 | 창의적 디저트 라인 | 치즈크림 생 야츠하시, 고구마 앙금 |
교토의 대표 관광지인 기온, 교토역, 아라시야마 주변에는 다양한 야츠하시 전문점이 있다. 가장 대표적인 브랜드는 ‘니시오 야츠하시’로, 각종 생 야츠하시 제품군과 계절 한정 맛을 폭넓게 선보인다. 특히 한정판 상품은 그 계절에만 구매할 수 있어, 여행 기념품으로도 인기가 높다.
조금 더 전통적인 야츠하시를 찾는다면 아라시야마에 위치한 ‘시마즈 야츠하시’가 좋다. 얇고 바삭한 구운 야츠하시를 고집하는 이곳은 계피향이 강하게 퍼지는 옛날 방식 그대로를 고수한다. 반면 히가시야마의 ‘오토야’는 일본 전통을 바탕으로 퓨전 요소를 가미한 창의적인 메뉴로 주목받고 있으며, 젊은 층과 외국인 관광객에게 특히 인기가 많다.
다음은, 디저트가 아닌 ‘차’로 이어지는 여정
야츠하시는 단순히 입에 달콤한 과자가 아니다. 그 안에는 교토라는 도시의 전통과 현대, 장인 정신과 창의성, 그리고 계절을 담는 감각이 공존하고 있다. 한입 크기의 쌀과자가 이렇게 깊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사실은, 여행자에게 또 다른 방식의 감동을 전해준다.
다음 여행지는 그 야츠하시와 찰떡궁합을 이루는 ‘차’를 주제로 삼아보는 건 어떨까. 예를 들어 우지 지역의 말차 거리에서는, 직접 분쇄하는 차 체험부터 전통 다도까지 이어지는 오감의 경험이 기다리고 있다. 입 안 가득 달콤함이 남은 뒤, 그 여운을 정리해줄 녹차 한 잔으로 여정을 부드럽게 이어가는 것도 참 좋을 것이다. 과자에서 차로, 디저트에서 일상으로. 교토의 시간은 그렇게 천천히 흐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