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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마모토 아소산 외곽' – 활화산 기슭에 사는 사람들의 일상 풍경

노마드 트라벨러 2025. 5. 8.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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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 아래, 사람은 어떻게 살아가는가

일본 규슈 중심부에 우뚝 솟은 아소산은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거대한 칼데라 화산이다. 분화구가 지름 25km 이상으로 펼쳐진 이 산은 여전히 활동을 멈추지 않는 ‘살아 있는 화산’이다. 그러나 이 화산의 외곽 지역에는 놀랍게도 사람들이 터를 잡고, 농사를 짓고, 학교에 다니며 평범한 일상을 이어가고 있다.

아소산을 둘러싼 고원 지대는 분화로 형성된 비옥한 토양과 풍부한 지하수를 품고 있어, 일본 내에서도 농축산업이 활발한 지역이다. 이곳 사람들은 화산의 위험과 경이로움을 동시에 마주하며 살아간다. 매일 아침 아소산이 뿜어내는 흰 연기를 바라보며 시작되는 하루는, 마치 대자연과 공존하는 삶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묵묵히 답하고 있는 듯하다.


화산과 더불어 살아가는 마을 풍경

지역특징주요 일상 모습
아소시 고원 지대 넓은 목초지, 소 방목 목축업 중심, 젖소와 치즈 공방 운영
미나미아소촌 온천과 농업의 조화 지열 온천 이용한 채소 재배
다카모리마치 분화구 전망이 좋은 마을 관광, 민박, 철도 활용한 지역 경제
 

아소산 남쪽의 미나미아소촌은 화산지대라는 점이 믿기지 않을 만큼 평화로운 농촌 풍경이 펼쳐진다. 온천수가 솟는 땅을 활용해 지열 농법으로 토마토, 가지, 고추 등을 재배하는 농가도 많고, 일부 지역은 온천열로 비닐하우스를 따뜻하게 유지하기도 한다.

아소시 고원 지대는 목초지로 유명하며, 일본에서도 품질 좋은 유제품을 생산하는 지역 중 하나다. 이곳 젖소들은 넓은 들판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방목되고, 우유를 이용한 치즈, 요구르트 등은 지역 특산품으로 자리 잡았다. 관광객들을 위한 유제품 체험 공방도 곳곳에 마련돼 있어, 단순한 방문을 넘어 생산 현장과 일상의 일부를 직접 느껴볼 수 있다.

다카모리마치는 철도와 함께 성장해 온 마을이다. 현지 로컬 열차 ‘미나미아소 철도’는 천천히 마을을 지나며, 창밖으로 펼쳐지는 화산지대의 평화로운 모습을 감상할 수 있는 특별한 교통수단이다. 역 근처에는 분화구를 배경으로 한 민박, 카페, 기념품 가게들이 소소하게 모여 있어, 작지만 다정한 마을의 분위기를 경험할 수 있다.


재해와 공존하는 삶의 태도

활화산이라는 환경 속에 산다는 것은 단순한 낭만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 실제로 아소산은 수년 간격으로 크고 작은 분화를 반복하고 있고, 과거에는 인근 도로와 철도가 일시적으로 폐쇄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곳 주민들에게는 위기를 대하는 법과 살아가는 법이 오랜 시간에 걸쳐 자연스럽게 체득돼 있다.

각 마을에는 화산 경보를 위한 스피커 시스템이 설치되어 있고, 화산재가 날릴 경우 대비한 특수 마스크나 주택용 환기 필터도 보급되어 있다. 어린이들은 학교에서 화산과 지진에 대한 교육을 철저히 받으며, 그 속에서도 공포보다는 ‘함께 살아가는 자연’으로 인식하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이처럼 아소 외곽의 삶은, 자연을 제어하려 하기보다 ‘수용하며 살아가는 방식’을 선택한 결과물이다. 위협과 함께 공존하는 방법을 배운 이들의 생활은, 인간과 자연 사이에 놓인 미묘한 균형을 상징하는 한 형태다.


다음엔 분화구 너머로, 또 다른 자연의 순리를 보러 가자

아소산 외곽은 ‘불의 산’ 아래서도 평온히 이어지는 일상의 풍경을 보여준다. 낭만과 긴장의 경계에서, 사람들은 느긋하면서도 단단하게 살아간다. 화산재가 내려앉은 밭에서 여전히 작물이 자라고, 분화구를 바라보며 아이들이 웃는다. 이런 마을 풍경은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 ‘지속 가능한 인간과 자연의 관계’에 대한 성찰의 기회를 준다.

그리고 다음 여정은, 같은 규슈 지역의 또 다른 생태계인 미야자키현 ‘다카치호 협곡’으로 이어져 보면 어떨까. 여기서는 용암이 만든 절벽 사이로 흘러내리는 물줄기와, 일본 신화 속 배경으로 알려진 전설의 계곡이 새로운 자연의 얼굴을 보여줄 것이다. 불에서 물로, 화산에서 협곡으로. 규슈는 늘 자연의 순환을 통해 우리를 또 다른 여정으로 이끌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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