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트럭커의 삶'-낭만과 자유 그리고 현실적인 삶
끝없는 하이웨이 위, 자유를 꿈꾸는 삶
미국 트럭커들의 삶은 흔히 "끝없는 자유"로 묘사된다. 대륙을 가로지르는 광활한 도로를 따라 끝없이 달리는 이들은 시간과 공간의 구속을 벗어난 존재처럼 보인다. 누군가의 지시를 기다리지 않고, 일정한 사무실에 갇혀 있지 않으며, 도로 위를 달리며 자신만의 리듬으로 하루를 채워나간다. 특히 서부 지역, 네바다 사막이나 아리조나의 끝없는 평원을 달리는 순간은 많은 트럭커들에게 일종의 ‘영혼의 정화’ 같은 의미를 가진다.
또한, 미국 곳곳의 트럭 스탑 문화는 이 직업만의 특별한 낭만을 더한다. 유명한 러브스(Love’s)나 타오(TA) 같은 대형 트럭 스탑은 단순한 주유소를 넘어, 샤워실, 세탁소, 레스토랑, 심지어는 작은 영화관까지 갖춘 일종의 ‘이동하는 마을’이다. 긴 여행 중 짧은 휴식이 필요한 순간, 트럭커들은 이곳에서 다른 트럭커들과 커피 한 잔을 나누고, 밤하늘 아래에서 잠시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그런 만남과 떠남의 반복 속에, 미국 트럭커들은 자유와 고독을 동시에 즐긴다.
멋진 겉모습 뒤에 숨은 고된 현실
하지만 영화 속 장면만을 꿈꾸고 트럭커의 삶에 뛰어든다면 금세 현실의 벽을 마주하게 된다. 무엇보다 트럭커는 고된 육체노동이다. 하루 11시간까지 운전이 허용되며, 하루 평균 주행거리는 800km를 넘기도 한다. 장거리 운행이 기본이기 때문에, 몇 주 동안 집을 떠나 있는 것은 일상이다. 가족이나 친구들과 보내는 시간은 자연히 줄어들고, 심리적 외로움과 싸워야 하는 경우도 많다.
또한, 트럭킹 산업은 최근 몇 년 사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규제 강화로 인해 전자 운행 기록 장치(ELD)가 의무화되면서, 쉬지 않고 달리던 과거의 방식은 불가능해졌다. 이에 따라 트럭커들은 규정된 시간 내에 목표를 달성해야 하는 압박을 받는다. 겨울철 눈보라, 여름철 폭염, 끝없는 교통 체증, 안전사고에 대한 불안 역시 트럭커들의 어깨를 무겁게 만든다. 한편, 신체 건강도 큰 변수다. 오랜 시간 앉아서 운전하는 특성상 허리 통증, 고혈압, 비만 등이 흔한 직업병으로 나타난다.
과연 미국 트럭커들은 얼마를 벌까
미국 트럭커들의 연봉은 지역, 경력, 회사, 그리고 담당하는 운송 종류에 따라 상당히 차이가 난다. 평균적으로 보면, 초보 트럭커는 연간 약 4 달러(한화 약 5,400만~원6,700만 원) 정도를 벌기 시작한다. 몇 년 이상의 경력을 쌓고, 장거리 운송이나 위험 화물 운반(HAZMAT) 자격증을 갖추면 연간 7만~8만 달러(약 9,400만~원1억 800만 원) 이상의 수입도 가능하다.
특히 'Owner Operator'(자신의 트럭을 소유하고 직접 운송하는 독립 계약자)로 일할 경우, 연간 10만 달러(약 1억 3천만 원) 이상을 벌어들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 경우 차량 유지비, 보험료, 세금 등 부대비용이 적지 않게 나가기 때문에 순수익은 다소 줄어든다. 최근에는 물류 대란과 인력 부족으로 인해 트럭커 수요가 높아지면서, 일부 대형 업체들은 신규 트럭커들에게 계약금 보너스까지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혜택 뒤에도, 트럭커는 여전히 인내와 체력을 요구하는 직업임을 부정할 수 없다.
다음엔 트럭커들의 진짜 쉼터, 루트66을 따라가볼까
미국 트럭커의 삶은 그 자체로 낭만과 현실이 겹쳐진 풍경이다. 끝없는 도로 위에서 자유를 맛보는 순간이 있는가 하면, 외로움과 고된 노동 속에서 묵묵히 하루를 견뎌야 할 때도 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을 감내하고 달리는 이들에게, 트럭은 단순한 생계수단이 아니라 삶의 무대이자 동반자다.
만약 미국 트럭커들의 진짜 영혼을 느껴보고 싶다면, 다음 여행에서는 전설적인 루트66(Route 66)을 따라가는 여정을 계획해보는 것은 어떨까. 시카고에서 시작해 LA까지 이어지는 4,000km의 길 위에는, 수십 년간 트럭커와 여행자들이 남긴 이야기들이 숨 쉬고 있다. 그곳에서 우리는 또 다른 형태의 자유와 낭만, 그리고 잊혀진 미국의 풍경을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