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여행

바크하(Bac Ha) 시장 – 베트남 소수민족들의 형형색색 전통시장 이야기

노마드 트라벨러 2025. 4. 26.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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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부 산악지대에서 만난 살아 있는 문화

베트남 북부, 라오까이(Lao Cai) 지역을 따라 달리다 보면 바크하(Bac Ha)라는 작은 마을에 다다르게 된다. 이곳은 매주 일요일이면 인근 소수민족들이 삼삼오오 모여드는 커다란 전통시장으로 변신한다. 바크하 시장은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장소를 넘어, 다양한 소수민족들의 삶과 문화가 그대로 녹아 있는 살아 있는 박물관 같은 공간이다.

현지인들이 걸친 전통 의상만 봐도 그 다양성을 실감할 수 있다. 화려한 꽃무늬와 자수를 촘촘히 수놓은 의상은 각각의 민족 정체성을 드러낸다. 화몽족(Flower Hmong)을 비롯해 자오족(Dzao), 따이족(Tay) 등 여러 민족이 자신들만의 스타일로 차려입고 시장에 모여든다. 이들은 단순히 장사를 위해서가 아니라, 일주일에 한 번 가족과 친구, 이웃을 만나고 소식을 나누는 중요한 사교의 장으로 시장을 활용한다.


단순한 거래 이상의 풍경

바크하 시장을 걷다 보면 단순한 물건 매매를 넘어서는 풍경에 눈길이 간다. 향신료, 약초, 생닭, 돼지, 소, 심지어는 말을 사고파는 가축 시장이 따로 열리고, 그 옆에서는 색색의 손수 짠 천과 은세공품들이 널려 있다. 시장 한편에서는 전통 음식을 파는 작은 가판대가 길게 늘어서 있는데,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옥수수 국수와 수제 막걸리, 그리고 산돼지고기 요리가 진열돼 있어 오감을 자극한다.

무엇보다 흥미로운 것은 가격을 흥정하는 방식이다. 서로 손짓 발짓을 섞어가며 흥정을 주고받는 모습은 언어가 다르더라도 인간적인 교감이 가능함을 보여준다. 웃음과 타협, 때로는 단호한 거절까지, 이 모든 것이 활기찬 시장 분위기를 이끌어낸다. 돈이 오가는 거래이지만, 이곳에서는 무언가를 사고파는 일 자체가 하나의 커뮤니케이션처럼 느껴진다.


카메라를 내려놓고 눈으로 담아야 하는 순간들

바크하 시장은 요즘 관광객들 사이에서도 입소문을 타고 있지만, 여전히 ‘관광 상품화’가 덜 된 진짜 현지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그래서 이곳을 방문할 때는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 소수민족 주민들에게 무례하게 카메라를 들이대는 것은 삼가야 한다. 그 대신, 천천히 시장을 걷고, 현지 음식을 사먹고, 간단한 베트남어나 몸짓으로 인사를 건네며 자연스럽게 섞이는 것이 좋다.

특히 일요일 아침, 이른 시간대에는 관광객보다 현지인들이 더 많은데, 이때야말로 바크하 시장의 본모습을 가장 진하게 느낄 수 있다. 어린아이들이 장난감을 사고, 젊은 남성들이 말을 팔기 위해 흥정하고, 할머니들이 가마니 위에 신선한 채소를 펼쳐놓는 장면은 그 자체로 한 폭의 그림이다. 아무런 계획 없이 시장 골목골목을 헤매다 보면, 어느새 이방인이 아니라 이 문화의 일부가 되어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다음은, 더 깊은 베트남 북부로

바크하 시장은 베트남 북부 여행에서 놓쳐서는 안 될 특별한 경험이다. 빠르게 변해가는 세상 속에서도 여전히 살아 있는 전통을, 사람들의 손끝과 표정 속에서 마주할 수 있는 소중한 장소다. 이곳을 거닐다 보면, 물건을 사고파는 일보다 사람과 사람 사이를 잇는 보이지 않는 끈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새삼 느끼게 된다.

바크하를 떠나 다음으로 향할 곳을 고민 중이라면, 이번에는 좀 더 깊은 산악지대로 발걸음을 옮겨보자. 베트남 최북단의 하장(Ha Giang) 지역, 구불구불한 카르스트 고원 루프를 따라 펼쳐지는 험준한 풍경과, 그곳에서도 여전히 살아 숨 쉬는 또 다른 소수민족들의 삶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아직 관광지화되지 않은 그 순수한 세계 속으로 들어가는 일은, 어쩌면 이번 여행에서 가장 깊은 감동을 남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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