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여행

‘다마가와 불꽃놀이’ – 일반 관광객도 잘 모르는 일본 최대 불꽃 대회

노마드 트라벨러 2025. 4. 26.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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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여름을 상징하는 것 중 하나는 단연 불꽃놀이 축제다. 한여름 밤하늘을 수놓는 불꽃은 그 자체로 한 시즌의 절정을 장식한다. 그러나 도쿄에 수많은 관광객이 몰리는 불꽃놀이 가운데에서도 비교적 덜 알려진, 그러나 규모로는 결코 뒤지지 않는 행사가 있다. 바로 다마가와 불꽃놀이(多摩川花火大会)다.

다마가와 불꽃놀이는 도쿄와 가나가와현의 경계선을 흐르는 다마강을 무대로 펼쳐진다. 특별히 주목할 점은, 이 행사가 두 구역에서 동시에 열린다는 것이다. 가와사키 쪽과 세타가야 쪽에서 각기 다른 테마와 스타일로 불꽃을 쏘아올려, 관객들은 두 방향의 불꽃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는 드문 체험을 하게 된다. 흔히 알려진 스미다강 불꽃놀이에 비해 규모가 작을 것이라고 오해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매년 1만 발이 넘는 불꽃이 밤하늘을 채운다.


복잡한 티켓 없이 즐기는 현지인의 여름

 

다마가와 불꽃놀이가 특별한 이유 중 하나는, 비교적 자유롭게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많은 대형 불꽃놀이 행사들은 지정석을 예매해야 하고, 몇 달 전부터 자리다툼이 치열하지만, 다마가와에서는 적당한 시간에만 가면 충분히 좋은 자리를 잡을 수 있다. 물론 인기 장소는 일찍부터 붐비지만, 다마강 둔치가 워낙 넓어 늦게 도착해도 강가 어딘가에서는 여유롭게 돗자리를 펴고 감상할 수 있다.

또 하나 주목할 부분은 행사 주변에 형성되는 포장마차 거리다. 전통적인 일본 간식부터 맥주, 구운 옥수수, 야키소바까지, 여름밤을 완성시키는 먹거리들이 줄지어 늘어선다. 이런 포장마차를 기웃거리며, 냉맥주 한 잔을 손에 들고 강바람을 맞으며 기다리는 시간이야말로 진짜 일본 여름 축제의 맛이다.


서로 다른 두 도시, 하나의 하늘

 

다마가와 불꽃놀이는 특이하게도 하나의 강을 두고 양쪽 도시가 따로 불꽃놀이를 기획하는 방식이다. 세타가야구는 상대적으로 세련되고 조형미가 강조된 불꽃을 선보이는 반면, 가와사키시는 대담하고 박진감 넘치는 스타일을 지향한다. 이 둘이 서로 경쟁하듯 하늘을 수놓는 덕분에 관객들은 두 가지 스타일의 불꽃쇼를 한 자리에서 감상하는 호사를 누리게 된다.

특히 마지막 클라이맥스에서는 양쪽에서 동시에 대규모 불꽃을 쏘아올려, 마치 하늘 전체가 거대한 캔버스가 된 듯한 장관이 펼쳐진다. 사방에서 터지는 소리와 진동이 가슴 깊숙이 울려, 단순한 ‘구경거리’ 이상의 체험을 선사한다. 많은 현지인들이 다마가와 불꽃놀이를 ‘숨은 최고’로 꼽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아직 덜 알려진 일본 여름의 진짜 얼굴

 

다마가와 불꽃놀이는 일본을 여러 번 여행한 사람이라도 쉽게 놓칠 수 있는 이벤트다. 관광객으로 가득한 곳 대신, 현지인들 사이에 자연스럽게 섞여 일본 여름의 본모습을 체험하고 싶다면 이보다 더 좋은 기회는 드물다. 강변에 앉아 바라보는 끝없이 터지는 불꽃, 느긋한 분위기, 그리고 어쩌면 이방인으로서의 경계가 잠시 허물어지는 순간까지. 다마가와에서는 그 모든 것이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이번 여름이 다 가기 전에, 다마가와 불꽃놀이 같은 조금은 숨겨진 축제를 찾아 떠나보는 건 어떨까. 그리고 그 다음 여정으로는 일본 북부의 아오모리로 시선을 돌려보자. 거대한 종이등불이 거리를 가득 메우는 ‘네부타 마쓰리’가 기다리고 있다. 그곳에서는 또 다른 빛과 열정이, 예상치 못한 감동을 품고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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